네팔의 작은 도시 포카라에는 <더 파빌리온-히말라야 농장>이라는 특이한 호텔이 있다. 호텔이라기보다 농장에 가깝다고 해야 할 이곳에 들어서면 숙박을 위한 편의시설보다 사계절 자연을 경험하게 하는 숲과 논밭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손님들이 묵을 방이라곤 고작 단층으로 된 작은 독채 14동이 전부다.
호텔 식당에서는 바로 옆에 사는 농가에서 생산한 싱싱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고, 가축을 키워 분뇨로 퇴비를 만들고 발효된 가스는 연료로 사용한다. 냉방기가 없어도 공기가 순환하도록 건물을 지었고, 태양열과 빗물을 모아 에너지를 절감한다. 아침에 눈을 뜬 여행자들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과 지저귀는 새소리에 체크아웃이 아쉬울 것이다.
이 호텔을 경영하는 영국인 더글라스 매클라간(Douglas Maclagan)을 지난 2월 말 호텔 식당 야외 테라스에서 만났다. 그는 30년 전 트레킹을 즐기러 왔다가 돌아가지 않고 아예 네팔에서 살고 있다. 한 아픈 아이와 어머니를 길에서 만났는데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해 아이를 살리지 못했던 경험이 그의 삶을 바꾸었다.
네팔 어린이 3분의 1이 설사와 폐렴으로 학교에 가보지도 못하고 죽는 현실을 그 일을 겪은 후 알게 됐다. 그는 환아 가족을 치료하고 양육하는 데이케어센터를 여러 개 설립하고 후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아픈 아이들 때문에 어머니가 일하러 가지 못해 가정 경제가 무너지는 악순환을 막고 유아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외국 기업과 지인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지진 등 자연재해와 금융위기 정치사회 불안에도 흔들리지 않을 지속가능 경영 모델이 필요했다. 지역 주민이 의식주 필수품을 직접 생산하고 관광객들에게 저렴한 숙소를 제공했던 경험을 토대로 친환경적 농장형 리조트를 기획했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에 고급 호텔 체인을 가진 파빌리온 그룹을 찾아가 네팔 포카라에는 지역 농민과 환경을 동시에 살리는 생태 보전 모델이 성공할 수 있음을 설득했고, 소박한 이 제안이 채택됐다.
히말라야 농장호텔의 철학은 모두 W자로 시작한다. 첫째는 ‘부의 순환(Wealth)’이다. 경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제외하고 순이익의 50~70%를 지역사회에 환원한다. 경영 이익이 주민들을 위한 보건시설 후원과 학교 장학금으로 사용되니, 시내에 있는 다른 호텔보다 숙박비가 두 배 이상 비싼데도 인기다.
둘째로 ‘좋은 일자리(Work)’를 지켜낸다.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65%는 인근 농촌 마을 주민들이고, 나머지는 포카라와 기타 지역에서 채용한다. 자기 동네를 살리는 곳에서 일하니 자부심이 커서 이직하는 직원들이 거의 없다.
세 번째 원칙은 ‘자연을 사랑하는 지혜(Wisdom)’다. 건물 운영에 필요한 자원과 에너지를 지역에서 자급자족한다. 발생한 폐기물은 재활용하고 에너지를 순환한다. 우기에 빗물을 많이 모으기 위해 모든 건물의 지붕 경사를 20도 이하로 낮게 설계했다. 수영장도 빗물로 채우고 소독할 때는 히말라야 소금을 사용한다. 전 세계 호텔이 배울 수 있는 순환경제 시스템 교과서임을 자부한다.
신흥 경제 대국 인도와 중국 사이에 끼어 있는 네팔에도 경제 성장 바람은 거세다. 젊은이들은 지방을 떠나 대도시로 몰리고, 임금 격차가 큰 외국에 나가 돈을 벌고 싶어 한다. 하지만 도시에서의 삶의 질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정부는 상하수도·전기·통신·도로 등 인프라에 투자할 여력이 없고, 교통난과 대기오염 및 쓰레기 급증은 고질적 문제다.
2015년 대지진 피해지역 가구 중 70%가 남성 가장들이 외국으로 일하러 나간 상태였고, 무너진 집과 흙더미에 갇힌 노인과 아이들을 구하려다 숨진 여성들이 55%가 넘는다고 한다. 외국에서 모은 돈으로 귀국해 새집을 지으려던 가족들의 꿈이 일순간에 사라졌다.
농업경제의 비중을 넘어선 외화벌이 송금경제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지만, 마을과 가족 없이 지속가능 미래는 없다. 자립하는 마을에서 건강한 노동으로 자연과 어울려 사는 히말라야 농장의 실험에 박수를 보낸다.
Tag#윤대영#히말라야#지속가능#네팔#순환경제
글 : 윤대영 서울디자인재단 수석전문위원 중국디자인정책 박사. 한국디자인진흥원 국제협력업무, 서울디자인재단 시민서비스디자인 개발 등 공공디자인프로젝트 수행,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본부장, 서울새활용플라자 센터장, 독일 iF선정 심사위원 역임. '쓰레기는 없다'(2021. 지식과감성)의 저자
출처 : 한국섬유신문(k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76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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スターバックスにやってきた スヌーピーの仲間たち。 空想好き、やさしい子、甘えん坊、 見た目もこころも十人十色。 好きなものだって違うけど、 お互いを大切に過ごしてる。 そう、しあわせだって人それぞれ。 みんな違ってカラフルなほうが きっと世界は、楽しいから。 스타벅스에 온 스누피의 동료들입니다. 공상을 좋아합니다. 상냥한 아이, 응석받이, 보기에도 마음도 십인십색입니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지만 서로를 소중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맞아요, 행복도 사람마다 달라요. 모두 다르고 컬러풀한 편이 분명 세상은 즐겁기 때문입니다. |
베트남 건축가 그룹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최근 베트남 서쪽에 위치한 푸꾸옥에 윈덤 클럽하우스를 선보였다. 지역 석공의 장인 정신이 담긴 벽돌을 사용한 이 건축물은 호스피탈리티 영역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었다는 평을 받는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암흑 속에서 온화하게 빛을 내뿜는 등불에서 윈덤 클럽하우스의 모티브를 얻었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의 윈덤 클럽하우스 Text | Kakyung Baek Photos | Trieu Chien 오래된 골목에 들어서면 붉은 벽돌로 지은 작고 아담한 건물을 볼 수 있다. 1980년대에 대중적으로 지은 소규모의 연와조 주택이 대표적일 것이다. 오래된 주택 말고 요즘 짓는 건물에서도 드물게 벽돌 건물을 찾아볼 수 있다. 건물의 뼈대가 아닌 벽돌을 쌓는 방식과 건축물의 독특한 형태로 현대적인 미감을 자랑하는 건축물이다. 벽돌은 주로 석재가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진흙과 짚을 섞어 만든 건축 재료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궁전과 사원을 짓는 데 벽돌을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하니 역사가 유구하다. 한국에는 일제 강점기 전후에 점토 벽돌이라고 하는 적벽돌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이것으로 지은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서울 명동 성당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 건축이 화두로 떠오르며 벽돌의 장점이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건축물 중 하나로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MIA Design Studio의 윈덤 클럽하우스Wyndham Clubhouse를 소개한다. 베트남 푸꾸옥에 지은 윈덤 클럽하우스는 붉은 벽돌 건물로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모습이다. 독특하게 쌓은 벽돌 구조는 강렬한 햇빛이 내부로 스며들면서 아름다운 문양의 그늘을 만든다. 또한 건축물 한가운데 자리한 연못 위로 벽돌 파사드를 따라 심은 초록색 식물은 마치 신비스러운 밀림 속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건축의 역할이란 사람뿐만 아니라 태양, 바람, 식물까지 그 아래 머물 수 있게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2003년 베트남 호찌민에서 시작한 건축 스튜디오로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모더니즘적 가치를 지향한다. 그간 지속 가능한 건축 재료를 탐구하며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윈덤 클럽하우스 역시 푸꾸옥의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이에 디자인 전문지 <디자인붐Designboom>은 “호스피탈리티 분야의 새로운 지점을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어둠 속에서 온화한 빛을 내뿜는 등불의 이미지에서 윈덤 클럽하우스의 단초를 가져왔다. 건축의 주재료로 벽돌을 선택한 것 역시 빛이 들어오고 나가는 부드러운 통로를 만들기 위해서다. 더욱이 윈덤 클럽하우스가 위치한 지역에는 숙련된 석공이 많아 장인 정신으로 만든 품질 좋은 벽돌을 이용할 수 있었다. 벽돌은 미적 측면뿐만 아니라 아열대기후에 꼭 필요한 통기성까지 갖추었다. 중앙의 연못과 벽돌, 식물은 호텔 내부에 자연스럽게 대류 현상이 일어나도록 만들어 온도와 습도를 낮추는 데 효과적이다.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는 윈덤 클럽하우스를 디자인하면서 건축의 역할에 대해 자문했고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사람뿐만 아니라 태양, 바람, 식물까지 그 아래 머물 수 있게 하는 것,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그늘을 제공하는 것’이라 답했다. 건축의 주재료로 벽돌을 선택한 것도 건축의 본질에 다가서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벽돌은 석재와 금속재처럼 자르거나 붙이지 못하고 오로지 중력에 의지해 하나씩 쌓아야 하는 재료이기 때문이다. 벽돌 사이에 단단한 결합이 생길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도 필요하다. 자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재료이면서 본질에 충실한 재료라 그런지 미아 디자인 스튜디오 외에도 벽돌을 예찬하는 건축가가 많다. 20세기의 미국 건축가 루이스 칸은 ‘모든 재료는 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한 강연에서 벽돌과 대화했다. “벽돌아, 넌 뭐가 되고 싶니?”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음, 아치는 비싸단다. 내가 보를 만들어 그 위에 널 얹어줄게.” “하지만 저는 아치가 되고 싶어요.” “그래, 그럼 아치를 만들어보자꾸나.” 건축가의 회유에도 끝끝내 아치가 되고 싶다는 벽돌. 한 층씩 쌓아 올려 만드는 아치의 구조상 벽돌만큼 아름답게 구현할 소재가 없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오래된 골목을 지날 때 흔히 보는 집에서 붉은 벽돌을 발견한다면 루이스 칸처럼 말을 거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고유의 소재와 쌓인 형태를 천천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붉은 벽돌의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는 있지만 그 수가 매우 적고 벽돌 건물 특유의 멋을 뽐내는 오래된 건축물을 감상할 기회는 점점 줄어들지도 모르니 말이다. |